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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兵營)의 추억

이용우(해간 66기)

 군대를 다녀온 한국 남자들이 공통적으로 꾸는 악몽이 있다. 분명히 제대를 했는데 또다시 군대에 징집돼가는 것이다. 꿈을 깨고 나면 베개가 땀에 젖는다. 다시 군대에 끌려간다는 것은 너무도 끔찍한 일이다.

 갑갑한 병영생활도 그렇지만 나이에 다시 군에 간다면 집에 있는 처자식은 누가 건사하는가. 그밖에도 상관에게 기합받는 장면, 완전군장을 꾸리느라 허둥대는 순간들, 목숨보다 소중한 총기를 잃어버리는 사고 악몽도 여러 가지다.

 한국 남자들에게 경험이야말로 일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사건 하나일 것이다. 술자리에서 시간가는 모르고 군대시절을 얘기하는 것은 그만큼 ‘충격적’인 경험이었다는 뜻이리라. 그런데, 군대란 것이 이상한 것이어서 제대를 하고 세월이 흐를수록 달콤한 추억으로 다가온다. 지긋지긋하던 시절이 세월이 흐르면서 슬며시 그리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백발이 성성한 나이가 되면 옛날의 병영을 그리워 하며 다시 찾아가 보기도 한다.

 지금부터 30년도 1980년대 초에 생활을 나도 가끔 시절이 그리워 회상에 잠기곤 한다. 대학 졸업 해군간부후보생(OCS) 과정을 통해 해병대 장교로 임관된 나는 맨처음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소대장 생활을 시작했다.

 여객선을 타고 12시간 항해 끝에 도착한 백령도는 신참 소위에게는 경외로움 자체였다. 인천항에서 하루를 꼬박 달려야 하는 바다에 이렇게 아름답고 섬이 있는 줄을 입대 전에는 상상도 못했었다.

 서해 5도를 관할하는 해병대 백령도 여단본부 중에서도 나는 배로 30여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대청도 중대에 배속됐다. 서해 최전방이라는 그곳에서의 젊은 시절 경험이야말로 평생 잊을 수가 없다. 북한의 황해도 해주 땅이 바로 눈앞에 있고 효녀 심청이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의 푸른 바다는 파도가 잔잔하고 햇빛이 찬란하면 더할 없이 아름답지만 기상이 불순하고 파도가 드세면 그렇게 을씨년스러울 수가 없었다.

 특히 북한의 장산곶이 빤히 바라다 보이는 이쪽 진지에서 우리는 검푸른 바다를 향해 밤낮 없이 총부리를 겨눈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돌발상황에 한시도 긴장을 수가 없었다.

 내가 대청도에 첫발을 디딘 1981 8월의 여름날 , 발칸포가 하늘을 향해 드르륵 드르륵 불을 뿜어대던 오싹한 기억이 선하다. 북한 항공기가 우리 해안에 바짝 접근해와 경고사격을 가하는 소리였다. 나는 그때 이곳이접적지역최전방이라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동시에 내가 과연 살아서 제대해 나갈 있을까 하는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다행히 다음날부터는 별일 없이 평상으로 돌아갔지만 그곳엔 긴장이 감돌았다.

 해안방어가 주임무인 우리 소대는 특히 야간 경계근무가 중요했다. 나는 매일밤 바닷가 철책선을 따라 야간순찰을 돌면서 병사들이 졸지는 않는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실탄이 장착된 총기를 병사들의 안전문제였다. 대부분의 부대원(60 )들은 군생활에 적응을 잘하고 있었지만 개중에는 성격이 거칠거나 지나치게 내성적인 병사도 없지 않았다. 이들이 자칫 엉뚱한 생각이라도 한다면 사고가 일어날 소지가 많았다. 그래서 평소엔 엄한 군기를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론 이들의 등을 토닥거려 주며 따스하게 대해줘야 했다.  

 때론 컴컴한 밤중에 병사들끼리 투닥거리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 접근해보면 탄약고 같은 음습한 곳에서 선임병이 후임병을 길들인다며 구타를 하고 있었다. (지금은 군에서 구타를 금지하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일이 흔했다). 이런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 벌어질 몰랐다.  

 야간순찰을 돌고   침침한 벙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노라면 처연한 파도소리가 귓전을 맴돌고, 없는 끝없는 고독감이 밀려들곤 했다. 그럴 침대 밑에 숨겨둔 막소주를 한잔 들이켜고 잠을 청하는 날도 많았다(음주가 금지이긴 했지만…).

 제대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백령도와 대청도 얘기만 나오면 고향 소식을 듣는 듯하다. 어족(魚族)자원이 풍부해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바다에서 남북의 어부들이 함께 평화롭게 고기를 잡는 날이 어서 와야겠다. 남북이 총부리를 거두고 형제자매로 살아갈 날을 간절히 기다린다.

 최근 강원도 전방 육군부대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을 접하면서 그것이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바로 나도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최전방 철책선을 지키는 병사들은 오지에서 장기간 고립된 근무를 하다 보면 심신이 지쳐 자살을 시도하거나 돌발행동을 우려가 있다. 특히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이른바관심병사 세심한 관찰과 배려가 요구된다. 이번에 전우에게 총기를 난사한 말년 병장도 한때 ‘A 관심병사 분류됐었다고 하니 안타깝다.

 한국의 상황을 감안할 군복무야 말로 젊은 남성들이 짊어져야 가장 신성한 의무임에 틀림없다. 이는 정말 어쩔 없는 신체.정신적 결함 때문에 필할 없다면 면제시켜줘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싫어도 가야 하는 의무다. 그러니 지금도 군에서 인생의 황금시절을 보내고 있는 현역 병사들에게 좀더 따스한 관심을 가져야겠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일도 많다만/너와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전투와 전투 속에 맺어진 전우야/산봉우리에 뜨고 해가 적에/부모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진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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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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